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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일지 3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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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6일 월요일  엄마가 tv를 틀어놓고 잠을 자곤 했는데, 어젯밤에는 내가 그랬다. 왁자지껄한 사운드로 공간이 채워지니 덜 외로웠다. 남편이 아이들 머리 깎이고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주말 우리 루틴 중 하나였다. 나도 얼른 돌아가서 그 루틴에 동참하고 싶다. 가족이라는 게 별 거 하지 않아도 그냥 옆에만 있어도 좋은 것이라는 걸 알겠다. 루게릭병을 알았던 호킹은 매일 아침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고 무엇을 하지 생각하는데 2시간을 썼다고 했다. 그는 꽤 오래 살았는데 그런 생각하는 습관이 비결이었을 거라고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벽에 다른 이들의 글만 보지 말고 나를 위해 생각을 해야겠다. 오늘은 오전에 정해진 진료를 받고, 책을 읽으며 침대에 누워 쉴거다. 동생이 오면 함께 점심을 먹고, 2시에 보험회사 사람을 만나 나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동생과 밖에서 조금 놀다가 5시쯤 돌아올 예정이다. TV를 좀 보다가 성경을 필사하고 아이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학교에 보낼거다. 남편이 있어 든든한 마음이다. 자기전에 하나님께 기도한다. 참 식사때 기도를 잊지 말자. 좋은 생각만 하는 것도 잊지 말자. (06:22) 밍기적거리다 머리를 감았다. 머리를 감으며 생각했다. 만약 오늘이 마지막 날이면 나는 무엇을 할까? 나는 아이들과 평범한 하루를 지내고 싶다. 각자 방에서 놀다가, 공부하라고 잔소리도 했다가 저녁에 되면 TV보면서 같이 밥 먹고, 설겆이 하고 정리를 좀 해 놓고, 잘 자라고 뽀뽀하고... 맞다. 나는 내 가족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재활하고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맘 속으로 외치자. 나는 끝까지 잘 치료받고 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간다고...  (12:14) 12시쯤에 동생이 와 주었고, 같이 점심을 먹고 쉬었다. 2시에 보험사와 약속이 있어 나갔었다. 어차피 처리해주지도 않을거면서 왜 보험을 부활시키는 제도가 있는지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너무 화가 났다. 한달만...

항암일지 38일차 (10/25)

 2026년 10월 25일 일요일  환자만 아는 고독함이 있다. 옆에 가족들이 있으면 달랐으려나.. 이렇게 일찍 일어나버리면 난 뭘 해야하나? 즐겁게 지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뭘 해야하나? (03:46) 남편은 달라스에서 휴스턴으로 가고 있다. 너무 따라가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 곁으로 가고 싶었다. 열흘동안 함께했던 남편이 가 버려서 엄청 허전하고 외롭다. 그런데 남편은 또 할 일이 있고, 아이들을 위해 가야 한다. 애기처럼 울지말고 강해져서 나머지 치료를 잘 받을 생각만 하자. 하지만 울컥울컥 눈물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09:14) 동생이 일찍 와 줘서 고마웠다. 동생네 공방에 갔다가 점심 사 먹으며 2시간 정도 놀고, 병실 들어와서 2시간 정도 쉬다가, 또 잠깐 40분 정도 운동하고 돌아오니 하루가 후딱 갔다. 항암을 하던, 비행기 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냥 집에서 쉴 수만은 없으니까, 내가 너무 심심하니까.. 어반스케치를 배워야겠다.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 그리고 그림책 아로마 과정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동생이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나도 뭔가를 해봐야겠다. 나는 이제 3개월, 6개월에 한번씩 추적 관찰을 해야하기 때문에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르지는 못할 것이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할 것 같다. 쉬는 것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하루하루 알차게 살자.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니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  (17:43) 내 몸 속에 암덩어리는 남아있지 않고 수술은 잘 끝났다. 이제는 회복과 재활을 잘 하다가 추후 결정되는 치료들을 잘 마치면 된다. 난 3월쯤에는 휴스턴으로 돌아갔다. 나는 20년 더 살았다.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됐다. 수술을 잘 마쳤고, 나머지 치료들도 거뜬히 받아냈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눈물을 흘려 준 많은 사람들, 각자...

항암일지 37일차 (10/24)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나의 몸에는 암이 남아 있지 않다. 몸은 잘 회복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건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미세한 암세포를 박멸하는 보조항암뿐일거다. 나는 거뜬히 항암주사를 맞을거다. 오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내 몸을 사랑하자. 내년 2~3월에는 미국으로 돌아갈거다. 남편이 떠났다. 역시나 나는 많이 울었다. 빨리 치료받아서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외로움을 어찌할까... 오전에는 연주가 왔었고, 오후에는 동생이 왔었다. 일부러 와 준 걸 안다. 고마운 사람들..  밤에 TV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면 어느덧 집에 갈 시간들이 다가오겠지? 

항암일지 3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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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수술은 잘 되었고, 절단면이든 림프절이든 암덩어리는 없다. 회복은 순조롭게 되고 있다.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있고, 남편도 내 옆에 있다. 10월이 후딱 가버렸다. 나에게 10월은 기적의 달이다. 수술할 수 없음, 위험함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수술은 잘 되었고, 특히 절단면에 암이 남아있지 않은 아주 좋은 케이스다. 앞으로 항암이 남아있지만 나는 그 역시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잘 버텨낼거고 거뜬히 받아낼거다. 지금은 수술 후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다.  나는 20년 더 살았고,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됐다. 나는 나를 아끼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특히 우리 딸) 행복한 사람이고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감사한 일 - 잘 숨쉬고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아이들이 집으로 잘 돌아왔고 남편 손을 꼭 잡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 수술이 잘 되었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 많은 일들이 기적처럼 일어난 것에 감사합니다.  오늘 할 일 -  호흡운동 1시간에 한번씩 - 2500 만들기 - 5000보 걷기  - 항암식단 챙기기 / 골고루 잘 먹되 채소, 단백질 잘 챙기기 - 좋은 생각만 하기 / 수술은 잘 되었고 내 몸에 암덩어리는 없다.  호흡운동을 한 시간에 한번씩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2000밖에 되지 않아서 속상한 맘이 크다. 남편이 내일 미국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 곁에 버팀목이 되어 줄 보호자가 있다는 것에 안도하지만, 그래도 열흘정도 나를 잘 보살펴 준 남편이 없는 것이, 또 외로워질까봐 맘이 헛하다. 이래서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하나 보다. 아이들이 점점 더 많이 보고 싶다. 그래도 오늘 나를 칭찬할 것은 어제보다 덜 불안해했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되뇌여본다. 앞으로의 치료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 나는 큰 수술을 잘 마쳤다. 의사는 확인된 암을 제거...

항암일차 35일차

 2026년 10월 22일 목요일 수술은 잘 마쳤고, 절단면에 암은 없어. 림프절도 다 제거했다. 그리고 회복은 순조롭다. 아이들은 학교에 잘 다녀온 거 같고, 남편도 옆에 건강하게 잘 있다. 혹시 남아있을 암세포.. 이제부터 차근차근 뿌셔줄게~ ^^  밤새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는데 한방병원의 방이 추웠다. 나는 전기장판까지 켜고 따뜻하게 잘 잤지만 새벽 4시에는 깨더라. 그런데 어제 워낙 일찍 자서 괜찮다. 오늘은 샤워를 해야하는데 상처를 마주할 생각을 하니 살짝 두렵다. 아직도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기적이다. 아주대에서는 모든 것이 어려운 4기 폐암 환자가 되었을때 정말 암담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수술하면서 우려했던 부분들이 해결된 것-절단면에 암을 남아있지 않고전이 의심되는 림프절도 다 제거-, 한쪽 폐를 떼어냈음에도 회복이 누구보다 빠르고 수술 이전의 삶과 비교하면 약간의 숨참밖에 증상이 없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만큼은 아니다. 내 몸에는 일단 암덩어리는 없다. 림프절도 전이가 아닐거다. (왠지 그럴 거 같다) 그리고 나는 보조항암을 거뜬히 맞을 것 같다. (이 또한 왠지 그렇게 될 것 같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기적을 행하신 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보라고 주신 기회이다.긍정의 힘을 믿는다. 나의 회복력 또한 믿는다. 하나님이 지켜주시리라 믿는다. (07:50) 어찌어찌 하루를 살아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지. 내일부터는 운동을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뱃살 집어넣고 근력 키우고 유산소도 열심히 해야겠다. 성경 필사도 하고 책도 읽어야지. 해준이랑 영어공부도 하고 열심히 하루를 살아야지. 행복을 선택하자. 왜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게 있으면서 미래를 걱정하고만 있니? 아직 항암을 시작하지고 않았고 몸 속에는 암덩어리도 없는데 말이다. 나에게 일어난 기적을 믿고 항상 ...

항암일지 34일차

 2026년 10월 21일 수요일 - 퇴원 5:30 마지막으로 몸무게 재고, 엑스레이 찍고, 교회에 들러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아주대에서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살려달라고, 살고싶다고 울며 하나님께 매달렸다. 생각해보면 그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을 만난 게 아닌가 싶다. 이후 수술까지 하나님이 역전시키신 모든 일과 그 과정에 감사드렸다. 앞으로의 회복이 잘 되기를, 숨 쉬는 게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이후 치료 과정에 용기를 내고, 희망을 잃지 않기를.. 끝까지 함께 하시어 지켜주시기를 기도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주고 있는 아이들이 좀 더 힘을 내 주기를, 잘 먹고 잘 자는 남편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우리 가족 옆에 있어주기를 기도했다. 담배와 술을 끊을 수 있게 해 주세요.  (05:59) 동생네 집 근처에 있는 한방병원으로 옮겼다. 엑스레이를 찍는데 기사님이 놀랐다. 폐 한쪽이 없으니까 말이다. 비정상적으로 보이겠지. 양의사 쪽에서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저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말하는데 솔직히 조금 속상하기는 했다. 아산병원에서는 비슷한 상처나 수술자국을 보았을텐데 여기서는 암전문 병원도 아니니 나같은 사람은 처음보겠구나.. 나는 누군가를 꽤 배려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그들을 알고 도우려 하지 않았다. 그냥 겉으로 시늉만 한 것 같다. 깊은 공감이 왜 중요한지 이제 알겠네..   한방병원에서 식단에 매우 실망했지만 계속 지내 보기로 했다. 음식은 마트에서 사다먹거나 배달시켜 먹는걸로 보충하기로 하자.. 지금은 남편이 함께 있으니 큰 의지가 되는 것 같다. 남편이 토요일에 가고 나면 무척 외로워질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 곁으로 보내는 거니 든든한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오랫만에 단둘이 이리 오래있어보기는 처음이다. 남편도 내 수술이 잘 되어서 좋은 기분으로 보낼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19:14)

항암일지 3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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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0일 화요일 5:00 기상 어제밤에 먹은 마약성 진통제 덕분일까? 잠을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 몸무게랑 키 재고,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폐가 있던 자리에 물이 조금씩 차 오르는 것 같았다. 한쪽 폐를 잃었지만 몇 십년의 인생을 얻었으니 괜찮다. 관리만 잘 하면 된다. 병원 내 교회에 갔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 수술까지 하게 된 이 모든 상황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잘 받겠다고 약속드렸다. 수술날 기도실에서 울면서 기도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얼마나 절박했던가. 잠시 안정을 찾았다고 기도하지 않는 나를 반성했다. 기도하며 또 눈물이 났다. 하나님이 "걱정하지 말아라, 너는 괜찮아질거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06:39) 오늘 회진에 주치의쌤이 웃으면서 들어와서 내일 퇴원에 대해 얘기했다. 배액관도 직접 떼 주고.. 뭔가 조금 안심이 되었다. 가장 위험한 건 기관지에 붙여 놓은 게 터지는 건데, 그럴 경우 검붉은 액체들이 막 올라올테니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바로 오라고 했다. 다른 경우는 거의 수술로 인한 것들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잘 쉬고 잘 회복하며 운동도 열심히 해서 항암 받기 좋은 몸을 만들거다. (그런 몸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건강하게..) 끝까지 잘 치료할거다. 지금부터 너무 많은 걱정은 안 할거다.  12:00 동생과 남편이 사온 떡볶이를 먹었다. 그리고 이제 좀 푹 쉴거다. 한쪽 폐만 있으니 아무래도 예전처럼 활발히 움직이지 못하겠다. 그래도 걷기 운동할 수 있을만큼 회복이 잘 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완전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컨디션 잘 회복할거다.  (13:06) 아산병원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희한하게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첫날 와서는 아무 생각없이 잠을 잘 잤지만 수술 당일에는 혜윤이의 편지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보고 싶은 마음에 울기 시작했고, 집도의쌤이 와서 마음을 헤집어 놓아 불안하고 무서워서 또 엄청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