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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일지 2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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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30 기상 / 동생의 알람에 눈이 떠 졌다. 화장실 다녀오고해준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메이의 전화를 받다가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메이가 수술의 부작용을 얘기하며 자기가 괜히 수술하라고 부추긴 게 아닌가 걱정했다. 난 그녀에게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고 물으니 자기도 역시 했을거란다. 나는 수술할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왼쪽 폐에 암이 튀지 않게 선제적으로 얼른 치료했으면 좋겠다. 의사가 나에겐 그게 최선이라고 했으니 좋은 결과가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세계 최고의 서울 아산 병원이지 않은가. 나는 제왕절개 하고도 이틀안에 앉아있어 의사를 놀래킨 사람이다. 내 몸의 회복력은 아주 좋다. 의료진은 신의 손길로 나를 수술해 줄 거고 나는 반드시 이 싸움에서 이겨낸다.  09:00 아침식사 - 콩물, 잡곡밥, 계란, 김, 콩자반 억지로 밥을 챙겨 먹었다.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우겨 넣었다.  10:00 산책 / 거의 1시간 반 정도 숲속을 배회한 거 같다. 늘 그렇듯 30분 정도 걷고 30분은 의자에 앉아 쉬다가 또 30분 장도 걸었다. 오늘은 아이들 얼굴을 더 보고 싶어서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해준이가 학교에서 칭찬표를 받아왔는데 기특했다. 이제 한국어와 영어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하니 이 아이도 미국에 냅두는 게 맞는 갓도 같다. 남편에게 휴스턴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이 3개월에 복귀하자고 말했는데 그러겠다고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수술만 잘 된다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닐거다. 오랫만에 낮잠을 잤다. "투투장부주'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설렘과 고민 등을 잘 담았고 배우들이 너무 잘생기고 예뻐서 좋아하는 드라마다. 그거보며 몇시간, 웃긴 '신병4' 몇 편 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면 다음 며칠간은 지인들을 만나고 곧 수술이다. 다 잘될 것이라 기도 한 번 또 했다.  어제 연주가 ...

항암일지 2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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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0 기상 / 4시에 한번 깨기는 했지만 다시 잤다. 10시 조금 넘어 잤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게다가 생리를 시작한다. 다음주 수술하기 전에 끝났으면 했는데 주기에 맞게, 내 리듬에 맞게 시작되니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율, 해준과 통화를 했다.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또 얼마나 감사한지.. 율과 오랫만에 웃으면서 대화했다. 이 또한 우리가 가까워지는 기회이라 또 감사하다.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넘쳐난다.  8:00 병원으로 출발 / 오늘은 수술 전 검사가 3개나 있다. 시간 간격이 커서 뭘 하며 노나 걱정했는데 동생이 와 준대서 또 한번 감사하다. 한대역으로 가는 길에 연주와 선화 언니랑 통화했다.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서 감사했다. 10:20~10:30 심초음파 검사  일찍 와서 기다린 덕에 일찍 시작했고, 10분만에 끝났다. 다 잘 될거다. 동생을 만나러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아산병원 앞에 쉼터에서 책이나 읽으려고 앉았다. 문득 하늘을 오려다 봤는데 또 예쁜 풍경이.. 검사가 잘 끝난 것도, 좋은 하늘을 만난 것도 감사하다. 12:00 ~ 15:30 효미역 / 올림픽공원 동생을 만나서 미역국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올림픽 공원 산책에 나섰다. 우리나라에 좋은 곳이 많구나.. 예쁜 숲 거닐며 힐링 잘 했다 16:20 호흡기검사 아주대에서 너무 힘들게 했었기에 겁을 잔뜩 먹었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통과...  19:10 CT 별다른 이슈가 없기를 기대하며 오늘 모든 검사를 끝냈다. 집으로 가는 길 남동생이 데리러 와 줬다. 차가 많이 막혀서 늦게 도착할 것 같다. 막내가 연락이 안 돼 걱정스럽기는 한데... 집에 가면 뻗어잘 것 같다... ㅠㅜ 오늘 읽은 책에 대해서는 내일 글을 써야겠다

항암일지 2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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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0 기상 / 4시 몇분에 깼었다. 한번에 그만큼 잔 거라 너무 기뻤다. "Thank you God"을 외쳤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좀체 다시 잠들지는 못했다. 이따 집에 올라가는 버스에서 한시간 푹 잘거다. 오늘은 집에 올라가는 날이다. 6시반에 친구 깨워 일 출 한번 더 보고, 8시반에 마지막으로 솔뫼성지 산책 한 번 더 하고, 10시쯤 짐싸고 11시에 친구집에서 나갈 예정이다. 친구가 갈비찜 먹고 카페 갔다가 15:35분 차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일주일간 뭘했나 들여다보니, 10/1 솔뫼성지 처음 방문, 합덕제 10/2 연포탕, 로드1950 10/3 친구 내려 옴, 카페 피어라, 삼선산 수목원  10/4 1100년 면천 은행나무, 서점 오래된 미래, 100년우체국 카페 10/5 미미커피방앗간 10/6 카페 앙비떼 10/7 집으로  나에게는 정말 은혜로운 시간들이었다. 갑자기 지인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싶었다. 당진에 사는 내 친구 연주(이 친구에게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하나)와 우리 몽우클럽 미혜, 은희 민숙, 매일 전화해주는 선화 언니, 내동생 미영이, 내 하소연 다 들어주는 현정언니, 우리 긍정 모임 잔디, 진선언니, 멀리서 챙겨주는 신아, 미국에서 기도해주는 목장 식구들, 민영쌤과 서평 동지들, 심화23기 쌤들 등 그리고 매일 기도하는 엄마, 매일 문자 보내는 힘 주시는 아빠, 병원 따라다녀 준 윤정이, 말을 안하지만 담배라도 멀리서 피고 오려고 노력하는 창범이..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위해 울어주고 기도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미국에서 엄마 없이도 잘 버텨주는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 율, 혜윤, 해준과 함께 많이 울었지만 끝까지 우리 가족을 지켜줄 남편,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도, 이들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평생에 걸쳐 감사함을 표하고 진짜 마음을 다해 그들을 돌볼 것이다. 나도 그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

항암일지 19일차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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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0 기상 / 1시 반쯤 잔건가? 암튼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그러나 06:30 우연히 일출을 보게 되었다. 이곳에 4년동안 살았던 친구도 일출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의도치않게 직관을 하게 되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더불어 아이들과 꼭 함께 볼 수 있기를 또 한번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온 우주의 기운이 내게로 오고 있다.   08:00 아침식사 -몽땅주스, 요거트, 계란2개 08:40 솔뫼성지 산책 - 약 2시간동안 전화 통화하다 집으로 돌아옴 큰 아이에게 화를 냈다. 부탁한 일들을 하나도 해 주지 않은 것도 그렇고,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6시간동안 누워 게임하면서 저녁식사로 컵라면을 먹었다고 하니 속상했다. 엄마가 아픈데 걱정을 덜어주지는 못할 망정 신경쓰게 하면 안 될 거 같다고 따끔하게 말했는데 맘이 썩 좋지는 않다.  13:00 점심식사 in 앙비떼 미국에서 여유롭게 커피마시던 생각이 나기도 하고... 환자만이 가진 외로움이 오는 순간이 있다던데 이럴 때 멘탈 관리가 진짜 중요할 것 같다. 수술만 할 수 있으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불안함과 외로움 같은 마음은 겁자기 불쑥 나타나니.. 멘탈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16:00 솔뫼성지 산책 여유롭고 모든 게 다 좋은데 불안과 우울이 가끔 울컥거리며 튀어나온다. 수술하게 되면 모든 게 다 좋을 줄 알았는데, 긍정적이고 희망찬 마음이 그득하면서도 '나 지금 진짜 괜찮은거 맞지? 여기도 아픈 거 같고, 저기도 아픈 거 같고, 몸이 예전같지 않은가? 숨은 잘 쉬고 있는건가? 운동 능력이 떨어진 건 아닌가?' 온갖 걱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모두가 나를 응원해주고 좋은 말로 긍정회로를 돌리게 해 주지만 그들은 내가 아니라는 부정과 함께 외로움에 사뭇친다.  산책하다가 가슴이 아픈 건 생리전 증후군인데 이런 감정의 기복은 생리전 호르몬의 영역이 아닐까? 이건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마...

항암일지 1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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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두꺼운 바지를 입었지만 58.몇 kg - 앗싸 살쪘다. 05:00 기상 / 억지로 다시 자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들 소식이 듣고 싶어 핸드폰을 여는 순간 잠은 달아나게 되어 있다. 하루종일 누워 있어도 되니까, 달콤하게 꿀낮잠 한번 자면 되지.. (달콤한 낮잠은 언제 자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건강의 신에 나온 박주혜 작가의 관혜 이야기를 보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과 '알약 병정'이 나를 위해 암과 싸워주고 있다고 믿었다는 말이었다. 온갖 매체가 쏟아내는 암에 관한 흉흉한 소문들을 믿지 말고, 숫자에 갇히지도 말고, 오직 사는 것과 죽는 것의 문제에서 끝내 이겨 내리라는 다짐과 희망은 나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항암약이 잘 듣지 않는다던 담도, 췌장암이었음에도 작가 본인에게는 항암약이 잘 맞았듯이, 나에게도 분명 좋은 약과 치료법이 있을거고, 의료진이 찾아낸 건 바로 전폐수술이다. 암의 크기가 그렇게 크다는데도 왼쪽폐와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물론 엄청 큰 수술이지만 나는 잘 이겨낼거고, 나를 살리려는 의료진을 믿고, 끝까지 헤쳐나갈 것이다. 추후 방사선이나 항암주사를 맞아야 할 수도 있지만 내 몸을 살리는 일이다 생각하고 끝까지 완주할거다. 6개월 여명이었지만 끝까지 치료를 다한 박주혜 작가를 비롯해, 항암주사를 맞고 일터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는 환우들, 여명 2년이었지만 10년째 살고 있는 유방암 환자 등 암환자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다. TV에 나오는 희망의 아이콘들의 메시지를 잘 기억할거다. 잘 살아낼 수 있다. 날마다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면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작동한다니 매일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보여주리라.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고, 마음의 크기가 커져 남을 사랑하고, 도울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  09:00 아침식사 -몽땅주스, 계란2개, 요거트  10:00 솔뫼성지 산책 13:00 점심식사 - 돌솥밥  14:30 커피 - 아주 오랫...

항암일지 1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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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그렇게 아픈 사람이 아니다. 물론 기관지가 좁아져 답답한 부분이 좀 있지만 다른 데 아픈곳은 없지 않은가? 괜히 아픈 것 같다고 신경쓰지 말자. 그런 걱정할 시간에 잠을 좀 더 자는 게, 즐거운 마음으로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자.  06:30 기상 / 3:48분에 깼고, 핸드폰을 잡지 않았다면,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았다면 더 잤을 것 같다. 오늘은 푹 쉬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련다.  오늘도 긍정확언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1. 나는 20년 더 살았다. 2.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3.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다. 4. 새로운 세포로 재생되었다. 5. 수술과 치료를 거뜬히 받았다. 6. 나는 항상 행복했고, 모든 면에 감사했다. 나는 날마다 조금씩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미리 살지 않는다. -오늘 내 몸을 잘 먹이고 움직이며 치료받을 힘을 만든다 -검사 결과가 좋으면 그 길로 가고, 좋지 않으면 의료진과 다음 길을 찾는다. -무서워지는 날이 와도 괜찮다. 다시 다음 치료 하나만 생각 한다. -그리고 치료하는 동안에도 내 삶과 아이들과의 시간은 계속 된다. 10:00 솔뫼성지 산책 13:00 점심 / 너무 맛있게 뚝딱 한그릇 비웠다. 15:00 1100년 은행나무  당진 면천읍에 있는 1100년 된 은행나무에 갔다. 좋은 기운 받아서 병이 낫기를 친구들과 기원했다. 소품샵과 서점에도 가고, 100년 된 우체국을 개조한 카페에도 갔다. 내년에 아이들과 또 오고 싶었다. 은행나무와 면천읍성터를 돌고, 소품샵 구경을 하고, 책방에서 책을 골라보고 맛있는 커피를 먹으며 일상을 얘기하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치료에 전념할거다. 이렇게 함께 다녀주고 책을 사 주고, 은행나무 마그넷으로 나의 안녕을 빌어주는 친구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 이 은혜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꼭 20년 살아내서 친구들의 외로움과 아픔들을 지켜봐주고 함께 해 줄거다. 나는 할 ...

항암일지 1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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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40 기상 / 새벽 2시30분쯤 깨서 계속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나보다. 콧물이 많이 나와서 힘들었다. 08:00 아침식사 - 몽땅주스, 계란 2개, 요거트+견과류+블루베리 08:30 솔뫼성지 산책 - 기도의 힘을 믿는다. 내내 불편한 마음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걱정을 접어두고 가족과 사람들의 안녕을 빌었다. 10:30 친구 픽업 11:00 카페 피어라 12:30 추어탕 14:30 삼선산 수목원  사람들의 웃음 소리를 듣고 있다. 나도 끝내는 웃으리라. 몸 컨디션을 체크해야 하는데 자꾸 더 힘들면 안 된다고 몸을 사리게 된다. 더 걸을 수 있는 거 같기도 하고, 힘든 거 같기고 하고.. 지금 나를 잘 모르겠다. 19:30 남편이 계속 담배를 피는 것도, 딸 데리러 운전해야 하는데 술을 마시는 것도 너무 너무 싫다. 술, 담배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너무 싫다. 알아서 좀 해 주지...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남편일 걸 아니까 이해해줘야 생각하다가도 몸 상할까봐 걱정이 더 앞선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살짝 우울감이 있기도 하고... 나는 남편과도 오래오래 잘 살고 싶다.   나는 20년 더 살았다.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셨다.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들었다. 새로운 세포로 재생되었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잘 견뎠다. 나는 행복했고,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