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일지 5일차

항암일지 3000일차를 기대해본다.  내 몸에는 암세포가 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꽤 오래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여태 행복하게 잘 지냈다. 운동하고 식이조절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그전처럼은 아니어도 앞으로 3000일은 더 살 수 있다. 아니 5000일도 살 거다. 걱정마라.. 다 지나간다... 5:30 기상 아주대에 들러 염색체를 찾아다가 아산병원에 가야한다. 이또한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 8:10 아주대에서 염색 슬라이드 수령.. 택시안 일이 잘 해결되었다. 빨리 아산병원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아마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잘 받아들이고 해결해 갈 수 있다. 아이들 학교나 집 문제 등 해결해나갈 게 산더미다.. 하나하나 헤쳐나가면서 아이들을 지키자. 난 특별한 사람이고 강한 사람이다. 나를 걱정해주고 지켜주려는 사람이 많다. 얼른 맘을 정리하고 추스르자.  10:30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진료 "모든 암은 완치를 목표로 합니다"  "잠시 내용을 좀 보고 말씀드릴게요"  "뇌에 있는 건 전이가 아닐거 같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이게 맞나? 갑자기 병기가 내려가는.. "방사선과 항암을 해 보죠. 점액성 선암은 항암이 잘 안든다는 특징이 있어요. Kras변이가 있는데 선암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거에요. 점점 표적항암제가 나오고 있어요." "선생님 그런데 아주대에서는 방사선도 어렵고, 항암만 할 수 있는데 2년 반 예상하던데요"  "누가 그래요? 크기가 커서 방사선이 쉽지는 않을 거에요. 내일 다학제 진료에서 확인해보시죠"  어제와 사뭇 다른 진단에 놀랐다. 물론 내일 다학제에 가서 오늘과 다른 진단이 나올수도 있지만 교수님의 마인드에 너무 기쁜 소식이다. 나 나을 수 있겠다..

항암일지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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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00 기상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해본다. 지금 닥친 위기를 잘 벗어날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소서. 06:00 해준이가 집에 오는 것을 보고 싶어 전화를 했는데 목녀님이 집에 와 계셨다. 내 얼굴을 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목녀님과 통화하면서 엄청 울었다. 함께 울어주셔서, 목놓아 울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 09:30 아산 병원에서 다학제 진료가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는데 계속 부르지 않아 뭔가 심각한 얘기들이 오간다는 걸 알았다. 드디어 불러 들어갔더니 어제 본 의사쌤의 얼굴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느껴졌다. "공격적으로 진료해 볼 생각이에요. 첫번째로 전절제를 할 거에요. 그리고 여의치않으면 방사선도 시도해 볼 겁니다. 다만 간에 있다는 그 병변이 전이인지 먼저 확인할거에요. 아주대 PET-CT에서는 아무것도 안 나왔지만 소견상 전이 의심이 있어서 MRI로 확인해 봅시다." 종양내과  "수술 위험이 적지 않아요. 당연히 숨 쉬는데 어렵고요, 한쪽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자세도 기울어져요. 기관지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지만 암세포를 잘라내는데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폐식도흉부외과 "이미 기관지나 식도 옆으로 종괴가 붙어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방사선 효과가 어디까지 일지 모르겠으나 일단 해볼거에요" 방사선과 완치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려고 노력해주시는 모습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가도, 간에 생긴 그 병변이 전이이면 어떡쩌지 또다른 걱정이 생겼다. 또 흔들리는 나에게 동생이 말했다.  "언니 내가 찾아봤는데 아주대 의견이 틀리지 않은 거 같아. 너무 흔들리지 말고, 원래대로 항암하면서 아이들과 좋은 시간 가지는 데 집중하자"  14:00 마음이 답답하여, 그럴 때마다 가는 산책로에 올라갔다. 살살 걷다가 의자에 누워 하늘을 찍고 있었다. 언니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설사 전이가 ...

지금 우리집은 절망적인 상황이다.

  어제 그래도 조금 일찍 잠들었으니 실컷 글이나 쏟아내려고 한다.   집에 갑자기 나쁜 일이 동시에 터졌다. 나의 암 발견, 남편의 실직이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오기에 아직 3달 정도의 여유가 있기도 하고, 어쩌면 내년까지 좀 더 돈을 벌기 위해 미국 잔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12월에 데리고 와야할 것이다. 주재원으로 산다는 건 이런거다. 갑자기 집으로 보내졌을 때 황망함이란.. 사실 2년 전에도 멕시코에서 남편이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되었을 때가 있다. 그때도 12월까지 일하는 것이었는데 얼마나 피마르고 걱정이 많아지는지 미국 회사에서 받아주기를 목빠지게 기다릴 때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도 그때는 내가 아프지는 않았다. 한국에 집이 없다. 문제는 돈도 없다. 아이들과 흩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아프다는 것이다.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올 때 수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힘들어 한다. 내가 아프지 않으면 나가서 일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엄마가 아픔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좌절감을 줄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당연히 우리 가족에게 생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라 믿는다.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서로의 안녕을 기도하고, 닥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 나는 2년 여의 치료를 걸쳐 반드시 나아질거다. 꼭 된다.  당장 생각할 것은 12월에 아이들이 오면 함께 살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누이가 아버님을 모셔가주면 제일 베스트인데 그걸 안하려고 한다. 그럼 내년 8월까지는 거처가 생기는데 말이다. 힘들지.. 어려운 일이지..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보자. 분명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린 분명히 잘 해 나갈 수 있다. 크게 절망한 남편의 건강에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본다....

항암일지 4일자

 26.09.21 05:09 거의 기상.. 4시간밖에 못 잤긴 했지만.. 오늘은 아주대 진료가 있다.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들을 할 것이다. 과연 나에게 변이유전자가 알게되는 날이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다른 이들의 기도의 힘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10:00 30분 걷기 언니들이랑 연락.. 희망을 가지고 병원에 간다. 유전자 변이 없었고, 다학제 진료와 상황은 같다. 2년이든 3년이든 유지 목적의 항암을 할 수 있다. 나는 5년 동안 할 거고 애들과 함께 끝까지 살아낼거다. 괜찮다. 담담히 받아들이자. 온 우주의 힘을 모아 난 나을거다.. 괜찮다. 아이들을 위해 힘낼거다... 아이들을 위해..... 꼭~~~~

항암일지 3일차

26.9.20 아직 항암은 시작도 안했는데... 남편이 퇴사할 것 같다. 한마디로 그냥 짤리는거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괜찮았다. 애들이 보고 싶었고 언제까지 따로 살 것인가?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조금 돈도 있을거다. 남편이 이직 준비 잘해서 잘 들어오면 되고, 뭐든 굶어죽겠냐? 내가 문제지.. 나는 괜찮아질거다. 오늘도 내 암세포는 줄어 들고 있고 새로운 세포로 재생된다. 어차피 나는 살아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 우리 가정에 닥친 상황을 잘 헤쳐나갈거다.  남들은 다 남편이 회사를 정리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생활이 걸린 일이니 말은 못했을 뿐.. 아버님도 제부들도 말이다. 우리만 못 보고 있었던거다.  동생도 잘 된 일이라고 말했고, 시누이는 이 상황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도리어 좋아했다. 뭔가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지니 다행인 것 같다고 했다. 긴 항암을 시작하니 남편이 오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나의 미국 생활은 이제 막을 내리겠지만 나는 한국에서, 여기 안산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거다. 아이들과 남편과 옹기종기 모여 밥 먹을 일상을 그려본다. 우린 잘 헤쳐나갈거다.  윤정이와 은경이에게 상황을 얘기했다. 함께 울어줘서 고맙다. 3일간 온갖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제 굳건해지기로 했다. 긍정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가자. 난 잘 해낼 수 있다. 06:50~7:30 운동 / 미영과 전화통화.. 몽땅주스 2번 먹음 - 암세포야 사라져라.. 정상세포로 재생 됐음.. 17:00 저녁 -채식 위주로 골고루 먹었다 / 암세포 0.1% 사라졌다. 18:30 산책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은데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르게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남편의 소식을 들었더라면 더 막막하고 엄청 걱정하며 정리하지 못해 힘들었을거다. 마치 멕시코에서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내가 남아있어야 하는 상황이고 아이들을 곧 만날 수 있으니, 집만 해결되면 (...

항암일지 2일차

몸무게 56.8kg - 지난 이틀동안 많이 먹지 못하고 너무 많이 움직였던지 살이 빠졌다. 아님 이제 시작인건가? 05:00 기상 - 보통 3, 4시에 한번씩 깼는데, 오늘은 5시간 쭉 잤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08:00 -몽땅주스  08:30 40분 걷기 / 선언문을 입으로 되뇌이며 걸었고, 몇 년 뒤 서울 교회에서 간증을 하고 있을 상상을 했다. 한바퀴 돌고 의자에 누워 쉬고 있을 때였다. 시누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님 얘기부터 많은 얘기를 했는데 둘이 엄청 울었다. 동생들이나 엄마 앞에서는 덤덤한 척 했었는데, 시누이랑은 원없이 울었다. 눈물을 참는 것도 또다른 스트레스인 것 같아서 그냥 울거다. 11:40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 목소리는 눈물 버튼이다. 일하는 것도 힘들텐데 아이들과 집안일까지 케어해야하니 미안할 따름이다. "무서워?" 라고 물었는데 무서운 것보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진짜 강해지자고 말했다. 난 강해질거다. 1년뒤에 나아서 돌아갈거다. 왠지 그렇게 될 것 같다. 남편에게 우리는 서로 전화는 하지 말자고 말했다. 문자로만 연락하는 게 좋겠다.  13:00 엄마랑 다이소에 걸어갔다 왔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토길을 발견했다. 중입자치료에 대해 알게 되어 엄마에게 말했다. 1000만원 보태줄테니까 무조건 알아보라고 한다. "살아야지, 너는 살아야지" 폐암 4기, 최소 전이, 변이 유전자 가진 사람에게 중입자 치료를 할 수 있게 한다는 뉴스를 봤다. 내가 그 대상이 되면 좋겠다.  맨발 걷기 할 수 있는 곳도 알았다. 생각보다 이 동네 좋다.. 16:00 계란 1개, 키위, 뉴케어, 녹차  18:00 추어탕 1/2  18:30~19:00 오늘도 건강선포문을 소리내어 말하며 운동을 했다.  1. 나는 10년 더 산다 2. 하나님의 보혈이 나를 깨끗하게 하신다 3. 암세포는 날마다 줄어든다 4. 새로운 세포로 재생된다 5. 항암주사를 거뜬히 맞는다 6...

항암일지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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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고, 잘 살아내기 위해 일상을 기록하기로 했다. 6:50~7:40 걷기 눈을 뜨자마자 그냥 신발을 신었다. 하루 3번 정도 1시간씩 나가 걸을 예정이다.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다. 큰 아이에게 전화를 한다. "또 누워 있었어?" "오늘 저녁에는 뭐 먹어?" 아이 얼굴을 보니 눈물이 왈칵 나서 얼른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냥 아이들이 보고 싶다.... 빨리 아이들을 보러 가야겠다. 10:10 계란 2개+김 /뉴케어 150ml 10:40~11:10 30분 산책 내일부터 몽땅주스를 해 먹으려고 오늘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문득 아이들과 장 보던 생각이 났다. 미국에 돌아가 다시 H마트에서 장보는 일상을 꿈꾼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지 반성했다.  16:40 고구마 1개 / 녹차 17:40 오리 닭다리 + 밥 18:20~19:10 걷기 -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수다를 떨고 싶었는데 막상 전화할 사람이 없었다. 친한 친구와 언니에게 전화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다.  <긍정적인 생각, 나의 확언>  1. 나는 10년 더 산다. 2. 하나님의 보혈이 날 깨끗하게 하신다. 3. 암세포가 날마다 줄어든다. 4. 새로운 세포로 재생된다. 5. 항암주사를 거뜬히 맞는다. 6. 나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만약 내가 7월에 건강검진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직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기에 바쁘게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아무것도 모른채 말이다. 갑작스럽게 이렇게 커진 병기는 그동안 내가 내 몸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술을 마실일이 있으면 엄청난 폭주를 했고 거의 기억을 잃었다. 갑자기 살이 찌면서 대상포진이 오기 시작했다. 아마 멕시코에서부터였을거다. 멕시코 가기 전에 건강검진때 폐에 음영 증가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그 오랜시간 나름 괜찮았던 건 운동을 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유전자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